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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바이벨 :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회

자몽토끼 2023. 2. 4. 01:59

 

 

 

미디어 개념미술 작가, 페터 바이벨

 페터 바이벨은 1944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태어났으며, 예술과 과학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디어 작가입니다. 그는 파리에서 프랑스어와 영화학을 공부했고, 1964년에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의학과 수리논리학을 배웠으며, 행동주의 그룹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시작하여 영상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64년에 시각 시인으로 그의 행보를 시작하였으나, 곧 포스트 구조주의 방법론적 의미에서 페이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스크린으로 뛰어오르기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예술가, 큐레이터, 그리고 이론가로서 활동하며 미디어 아트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반에 걸친 사회 모습의 변화를 날카롭게 분석하여 작품에 반영하고 있으며, 미디어 발전 초창기 언어 이론, 수학과 철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반으로 하여 그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확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발전하여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해체주의, 그리고 실험영화 등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부터 타자기나 음반, 마그네토폰, 사진, 영화, 비디오 등 많은 기계장치들을 비평했으며 그에 기반한 예술의 전 영역을 실험하면서 2D와 3D 사이의 존재론적 차이에 대한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그리고 1966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상호활동적인 요소를 포함시키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더 적극적으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길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1978년에는 음악으로 방향을 틀어 로이스 에그와 함께 'Hotel Morphila Orchestrster'라는 밴드를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컴퓨터 지원 비디오 처리의 가능성에 몰두해 탐구를 진행했으며, 1990년대 초에는 인터랙티브 컴퓨터 기반 설치를 일구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그는 여러 컨퍼런스, 전시 및 출판 작업을 통해 이른바 컴퓨터 예술의 유럽 장면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후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예술감독을 거쳐, 1999년부터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 센터장을 재임했습니다. 미디어아트의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그는 오스트리아 명예 공로 훈장을 받았으며, 뿐만 아니라 카테 콜비츠 상, 프랑스 문화 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미디어 개념미술(Conceptual art)과 포스트모던

 개념미술이란 1960년대 후반에서부터 1970년대에 걸쳐 나타난 전위미술(아방가르드) 무브먼트입니다. 1961년 미국의 미술가인 헨리 플린트(Henry Flynt)가 ‘개념예술(concept art)’이란 말을 처음 사용하였으며, 1967년 같은 미국의 미술가 솔 르윗(Sol LeWitt, 1928~ )이 『Paragraphs on Conceptual Art(개념예술론)』를 저술하여 미술계에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런 의미로서 콘셉추얼이라는 용어는 작품의 물리적, 시각적인 측면에 비해 관념적인 면을 강조하여 관념 예술(Idea Art)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미니멀 아트에서 더욱 발전해 회화나 조각이라는 형태를 떠나 구상이나 생각만으로도 예술로 간주하는 개념입니다. 이 뿌리는 마르셀 뒤샹의 기성품 작품인 《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존 예술에 대한 비평적 시점 때문에 개념미술은 단순히 양식 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고 미술관이나 잡지, 미술사라는 아트월드의 여러 체제를 둘러싼 제도-비판적이며 분석적인 사고를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복사 기술이 발전하고 여러 복제 인쇄물, 기성품들이 도입되고 TV나 라디오와 같은 정보매체의 통신에 의해 탈개인화가 빠르게 이루어짐으로 인해 인터랙티브(interactive) 적인 형태를 추구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바야흐로 포스트모던 아트의 시대가 열립니다.

마르셀 뒤샹, 《샘》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전시

《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은 미디어 개념미술 작가로 잘 알려진 페터 바이벨 (1944~ )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 전시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1999년 이래 ZKM(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 센터)의 센터장으로 재임해 온 그의 활동을 기념하는 회고전의 성격이 있는 전시로서, 2019년 ZKM에서 개최됐던 전시를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입니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70여 점을 예술행동, 퍼포먼스, 사진, 언어분석, 글쓰기, 시, 비디오, 확장 영화, 컴퓨터 기반 설치 작업 등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페터 바이벨은 세계적인 미디어 개념미술 작가라는 아주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고 다니는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관람객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합니다. 이는 즉 그가 비디오, 컴퓨터 등 기계 매체들을 이용하여 무궁무진한 작품의 세계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작품이라는 그의 인본주의적인 작품 세계관을 담아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다원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원 공간으로 진입하는 초입 부분에는 페터 바이벨의 초기 사진과 영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격에 해당하는 《다원성의 선율》(1986~19988)도 전시되어 있으며, 다원 공간을 나와서 복도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페터 바이벨의 후기 작품과 관객 참여형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며 인류의 변화와 사회 현상의 변화를 자신만의 시각적인 언어로 구축한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이 시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회 정보

전시 제목: <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 

전시 기간: 2023.02.03~5.14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 공간 및 복도공간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30)

관람 시간: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수, 토 10:00~21:00 (야간개장)

입장 티켓: 서울관 통합권 4,000원 (2023년 상반기 미술관 전시 개별 검표 시스템 도입으로 관람료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전시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문의: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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